지혜의 등불 - The World of Wis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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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집주인  03-17 | VIEW : 547
한 친구가 동기회 홈에 글을 올리더니 대체로 아래와 같은 글을 남겼습니다.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조크 비슷한 글이었는데요.


추기경께서 독일에 유학을 하셨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 추기경께서
대구인지 어디에 강론을 가셨을 때,
신자들과 문답시간이 있었다나요?

“추기경님, 하실 수 있는 말이 몇 가지나 되세요?”
“글세, 독일에 유학을 했으니, 독일말은 좀 하구요.
일제 시대때 대학을 다녔으니,
일본말도 좀 할수 있지요?”

“또, 다른 말은요?”
“으흠...신학 공부를 하면서, 라틴어를 좀 했으니까,
라틴어도 조금은 할 수 있다 하겠군요.”
“아하, 그러세요?!”
“아참, 한가지 더 잘 하는 말이 있는데요..”

“추기경님, 무슨 말인데요?”
“다름 아니라, 거짓말은 제가 가끔 합니다.”

역시 우리 추기경님의 해맑은 웃음의 대답은
모든이에게, 따뜻한 미소를 짓게 했답니다.

헌데, 잠시 침묵이 흐른 후,
한 지긋한 장년 신사가 손을 들고 질문을 하는 거였습니다.

“추기경님, 삶은 무엇입니까?”
“...., ....”

언듯, 추기경께서 말문이 막히셨습니다.
아하,
과연 삶은 무엇일가?
무어라, 이 길 잃은 어린 양에게,
알기쉽게..올바른 답을 해 줄 수 있을가?
고민하시고, 고민하셨지만...
추기경께서는 선뜻, 답을 주시지 못했습니다.

“아...내가 추기경이라니...”
“내가 추기경으로, 이 연약한 영혼에 충만한 뜨거움을 넣어줄...
그 몇 말을 찾지 못하다니..!!”
매우 안타깝고, 자신에 자책이 있었습니다.

그래, 우울한 마음으로 서울로 돌아오게 됐답니다.
기차를 타고,
으스스한 자괴감에 차창 밖을 바라 보고 있는데,

“아았...!!”
“삶은 이거 였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답을 얻었답니다.

추기경께서 깨닭은 삶은 무엇이었을가요?..
.
.
.
그것은 다름아니라,
맥주, 오징어, 땅콩, 호두과자..등을 팔고 지나가는,
판매원의 한 구절, '외침의 말'이었습니다.
.
.
.
“삶은 달걀이요!!”

웃자고 쓴 이 글에 제가 아래와 같은 준엄한 답글을 달았습니다.

삶은 ...계란입니다.
탁 깨어 한 입에 들이마시는 계란 하나, 그 닫힌 생명계生命界 속에 삶의 모든 것이 들어 있습니다.

아시지요?
어미 닭이 수정란을 품어 따듯하게 만들어 주면 세포분열과 증식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 변화의 과정을 관찰한 과학자의 표현을 빌리면
수정란의 내부에 병아리의 형상이 생길 때까지
아메바로부터 척추동물에 이르기까지의 생명의 진화 과정이 모두 재현된다 합니다.

이 기막힌 변화의 과정을 겪은 뒤에도 아직 생명은 완성된 것이 아닙니다.
줄탁동시
이 과정을 거쳐야 생명의 이름으로 태어나게 됩니다.


줄은 병아리의 가녈픈 부리, 탁은 어미닭의 완강한 부리입니다.
모두 동사로 쓰이면 부리로 쪼으는 행위를 뜻하지요.
껍질을 깨고 나오는 시기를 병아리와 어미닭이 동시에 알아
예비 생명은 계란 껍질의 안 쪽에서 그 가녈픈 부리를 받치고,
어미닭은 바깥쪽에서 그 자리를 쪼으면, 껍질이 깨어지고
마침내 한 생명이 탄생한다는 것입니다.
줄탁동시 또는 줄탁지기之機라고도 합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그 모든 변화의 과정은 무위無爲로 돌아가고 만다는 것이지요.

여기까지 왔으니 한 마디 더 붙이고 끝내겠습니다.
절집에서는 유루有漏의 삶을 껍질 속의 어둠에서 지내는 무상無常한 변화로 봅니다.
불성佛性이라는 이름의 병아리 진여眞如가 껍질의 안에서 훈습하고
또한 어미닭의 진여眞如가 밖에서 훈습하여 마침내 기機를 얻어
줄탁동시가 이루어질 때
칠통漆桶 같은 무명無明의 껍질이 깨어지며
깨어있는 삶이 탄생한다는 것입니다.

과연 삶은... 계란이군요.

정천 합장

어떤가요?
썰렁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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