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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은 것과 얻은 것 - 최종현 회장님께
 집주인  12-07 | VIEW :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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初秋의 陽光이 따갑게 야외 영결식장을 내려 쬐고 있었다. 절제된 추모의 정을 나직하고 비감 가득한 목소리에 담아 김 항덕 부회장이 고인의 약력을 소개하고 있던 어느 순간엔가, 푸드득 잣나무 사이에서 새들의 나래짓 소리가 들리고, 한 줄기 맑은 바람이 일어나는 것이분명하게 보였다. 뒤 이어 잠시 짹짹이는 새들의 소리, 그리고 잣나무 숲은 이내 다시 조용해졌다.
"臨席하시는 모양이지..."
바람은 降神의 隱現이라고 도올이 말했던가, 그 친구 무언가 알기는 알고 있는 것 같아. 나는 쏟아지는 햇살에 눈부셔 가늘게 뜬 눈으로 花冠에 둘러싸여 단상에 안치된 회장님의 미소 띄운 영정을 바라보면서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맞아, Supex 추구는 그렇게 하는 거야. 다른 그룹사들에게도 그렇게 알려 줘." 당신께서 늘 우리를만나시면 피곤을 잊고 기꺼워 하신다고 해서 SK Oxichemical은 때때로 회장의 기쁨조라는 이름으로 불리웠었다. 우린들 그 왜 눈치가 없었을라고, 주위의 그 命名 속에는 다소의 비아냥과 희미한 질투심도 내재 되어 있던 것을 알았고 말고... 그러나 당신께서 기뻐해 주시기에 우리는 용기 백배했고, 정말 칭찬 받고 싶은 순수한 어린아이 마음이 되어,미주알 고주알 회장께 Supex 성과를 자랑하기에 바빴었지. 그렇게 순수했던 순간들을 회사 생활 속에서 다른 어느 누구와도 다시는 가져볼 수 없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그 순간 순간들이 달콤하고도 슬픈 기억이 되어 가슴 속에 되살아 왔다.
당신께서도 늘 스스로 일구어내신 Supex 성과를 어린애처럼 자랑하시곤 했던 것이 또한 기억납니다. 우리들에게 주시는 교훈이라는 형태였지만, 우리도 당신께서 만드신Supex 妙法의 신통력이 정말로 신통방통 하다는 것을 작은 규모로나마 실제 겪어본 체험자들이었다는 점에서 회장님과일종의 동지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되었고, 또한 그러한 자부심을 회장께서 허락해 주시는 것에감격해 마지않았다고나 할가요...
느닷 없이 눈물이주르르 흘러 내렸다. 김 우중 전경련 회장의 추도사는 그저 평범한 내용이었므로 그 때문일 리는 없었다. 눈물은 꼭 슬퍼서만 흐르는 것이 아니었다.

나이가 나이라 그런지 소주 몇잔 걸치면 꼭 죽는 얘기들을 해서 질색이라고 퇴박을 하면서도, 그날도 화제는 역시 그리로 번지고 말았었다.
"뭐니 뭐니 해도 말이야, Golf 치다가... 끄윽(트림)...아 Green 위에서 죽으면 그게 최고 아냐?"
"야, 그래도 그건 너무 하쟎아. 애들도 너무 허망할거고..."
"허망은 무신 허망. 그러니까, 유언장 미리 써 두라고...뭐 짜드라, 할 말이 있어야 말이지. 남길재산이나 있고..."
죽음이란 헌 옷을 벗는 것과 같습니다. 어느 회견에선가 달라이라마가 말했다.
너희들이 슬퍼하는것은 곧 나의 가는 곳을 몰라서이다. 六祖 혜능은 제자들에게 말했다. 自性의 본체는 남(生)도 없고 멸(滅)함도 없으며감도 없고 옴도 없느니라.
Transient are conditioned things. Try to accomplish your aim with diligence.석가모니 부처가 입적하기 전에 남긴 마지막 말이다.
웃으면서 소주잔을 마주하고 맞장구를 치고는 있었으나 나는 조금 다른 기분이 되어 있었다. 죽음을 소중하게 생각해야지, 이기적으로 써버려서는 안된다. 죽음이란 아마도 어떤 가치를 위해활용토록 주어진 今生 최선의 tool일지도 몰라. 그 날은 왜 그렇게 자꾸만 佛家的인 마음이되었던지. 금강경의 한 귀절이 계속해서 머리 속을 맴돌았다. 所有 一切 衆生之類, 若卵生, 若胎生, 若濕生......이모든 중생을 내가 하여금 남김 없이 열반에 들게하여 滅度하나니......성경의 귀절도 떠올랐다.......그러나 내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님의 뜻대로 하옵소서......죽음으로 끝나지 않는, 끝낼 수 없는 大願. 무언가 그런 것이 있다는 것 아닌가.
작게는 집안의 遺訓, 크게는 菩薩의 大願...

회장님 Supex 추구란게 말예요. 大學에 나오는 格物致至-意誠, 금강경의 應如是住, 如是降伏其心과아주 가깝게 상통하거든요. 그 무한 추구라는 점에서, 그러나 偏途로 가지 않고 中에서, 至善에서 그칠 줄을 알아야한다는 점에서 말이죠. 지극한 것은 서로 통한다고 했죠. 그런 점에서 회장님은 敎主가 아니라道主 또는 道領이라고 해야 할거예요. "일"道의 道領!!
"형! 一師二兄三友를 가진 사람은 행복한 생을 산 사람이라고 했읍니다. 형은 내게 스승이자, 형이자, 든든한 친우셨읍니다."
홍 사중氏의 심금을 울리는 追慕辭가 이어지면서, 좌중에서는 손수건을 꺼내드는 모습도 여기저기 보였다. 어느새 나도 주체할 수없는 눈물이 흐르는 것을 닦지도 않고 내버려 두었다. 좀 한가하게 되어서 회장님이 원하시던 Supex 회고록 같은 것의 抄稿를 집필하도록맡겨 주신다면 그때에 이런 "일"道 얘기를 드리고 싶었던 거였어요. 이제는 이야기 하지 않아도아시니 더 편하군요. 어때요. 회장님. 追悼辭들이 모두 "이제는 저 평안한 나라에서 부디 영면하소서."하는데 말이죠, 저는 달라요. 회장님의 "일"道는 지금부터 시작이니까요. 당신이 세우신 道, 그것은 자기만의 완성을 목표한 것이 아닌, 모두의 Value를 구현하려는 것이었기에, 闊然히 着의 범주를 벗어나 있읍니다. 이것을 이루려는 것이 당신께서 진작부터 하신 일이고 또 앞으로도 하실 일입니다. 그러셨기에 떠나시는 길이그토록 담담 하셨지요. 떠나는 機를 택하신 秘義도 가만히 짐작되는 바가 없는 것이 아니랍니다.

느리게, 장중하게. 장송곡이 연주되는 사이에 단상에서는 화관에서 영정이 떼어져 옮겨지고 있었다. 푸르고 높은 하늘, 해는 중천으로 오르고, 한 차례 다시 맑은 바람이 잣나무 사이로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이번에는 새들의 나랫짓이 들리지 않았다. 영정을 떼어내 비인 단상의 花冠 자리. 나는 거기남아 있는 회장님의 미소를 본 것 같았다. 아니, 그분의 대답을 들은 것 같았다.
1998.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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