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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은 것과 얻은 것 - SKOC 동료 여러분께
 집주인  12-07 | VIEW :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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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르게 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여러가지 있겠지만 아마도 올바른 死生觀도 분명 그중 하나로 꼽아야 할 것이다. 같은 제목의 지난번 글은 회장님과의 인연을 새겨보면서 내 사생관을 한번 추스려 두어보려는 노력이었다.

마찬가지로 올바르게 직장 생활을 하고 이를 명예롭게 마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중의 하나로 나는 企業觀을 꼽는다. 요즘 들어 분명한 자기 생각을 말하기 시작한 未來産業의 정문술 사장이 예술을 하는 魂으로 기업을 한다고 말한 것도 이것이고, 오늘 탈상을 치른 故 최종현 회장께서 생전에 그 繁多한 수고를 아끼지 않으시고 SKMS다 Supex추구다 만들고 가르치고 토의했던 것이 다 기업을 그 자체로서 가치로 파악하고 수단으로만 생각하지는 말자는 뜻이었을 것이다.

늘 가벼운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는 내가 오늘 이렇게 처진 tone으로 서두를 뽑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1966년 10월 10일 대한석유공사에 입사한 이래 만 삼십이년 이개월이 일주일 모자라는 오늘, 그 동안 참 바보스럽게도 한 구멍에만 머리를 디밀고 푼수에 어울리지도 않는 가치관을 자신과 또 주위 여러 동료들에게 강요하고 있었던 유공/SK의 현역 시절을 이제 마감하게 되는 까닭이다.

여기 중국(宋)의 高僧 古靈卓 禪師의 禪詩 "창문 뚫는 벌(窓蜂)" 한 首를 빌려 감회의 一端을 적어본다.

窓蜂 - 古靈卓

빈 문으로 나가기를 즐기지 않고
막힌 창을 뚫으려니 어리석도다
한 평생 옛 종이만 뚫으려 하니
어느 날 비로소 머릴 내밀까

空門不肯出
投窓也大痴
百年鑽古紙
何日出頭時


변화라는 것이 곧 易이며,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상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것은 개인에게나 기업에게나 한가지로 적용되는 것 같다. SKOC가 지금의 manufacturing company로부터 무엇인가로 변신을 해야만 한다고 持論을 폈던 것은 내가 꼭 무슨 易을 알아서가 아니라, 우리회사의 제한된 생산능력으로 보아 manufacturing company로서는 그 성장의 한계가 너무나 뚜렷하고, 성장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면 그 기업은 이미 독립된 기업으로서의 의의를 잃어버리고 말 것이라는 것이 일관된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이 그렇지 변신이라는 것이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중국의 성장하는 우레탄 시장에 trader나 agent를 앞세우지 않고 정말 customer acceptance를 얻어 낼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가 선발한 중국 인력들로 하여금 시장을 이해하게하고 미래 시장에 눈 뜨게해서 그들이 만들어 갈 SKOC- China 의 장래를 꿈 꾸게 하고, 그들을 SKMS/Supex로 무장시키고 기업관을 같이 하는 기업인으로 양성해서, 우리가 1960년 후반에 그랬듯이 scratch로부터 시작해 마침내 세계 일류의 경쟁력 있는 석유화학공장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어쩌면 3D 업종이라고 할만한 foam 사업을 중국에 시작한 것은 이런 막연한 미래 구상의 pilot 을 만들려는 企圖였었다. 여기서 성공할 수 있다면 다음은 몇개든 우리 기술에 기초한 polymer polyol 공장을 중국 땅 여기저기에 세우리라. 그러나 이것이 궁극의 목표가 되어서는 않돼. 이것은 더 큰 사업전개를 염두에 둔 기반 다지기에 불과한 것이니까.
이 과정을 통해 우리의 중국인력 친위대가 20명 30명으로 불어나고, 때 맞춰 중국의 국유화학기업들의 rationalization이 본격화된다. 여기에 우리의 핵심 경쟁력인 대규모 화학공장의 경영기법, 시장 지식, 조업기술등을 들고 SKOC가 협력자로 등장, SKOC-China 현지 친위대의 민영화 경영인수와 경영합리화를 지원한다. 경영능력만 입증된다면 資金이야 어디서든 available한 세상이 이미 되어 있을 터이다. 중국이 체면 사회라고 하니까, 유능하고 뜻이 통하는 퇴임 관료들을 우리 친위대의 leader 급으로 기용할 필요도 생기겠지. 이런 기회의 포착, 민영화되는 기업의 인수작전을 위하여는 중국 특유의 꽈ㄴ시(關係)를 미리부터 관리해 두어야 하는 일이 필요하고 이것 역시 친위대의 supex 추구 과제가 되겠지.
내가 내 꿈을 통해 보았던 SKOC의 미래상은 모체보다 열배, 스무배 큰 중국의 현지 화학기업을 (그것도, 현지 구성원들의 supex 추구의 결과로 일류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기업을 )가진 알토란 같은 경영문화와 화학기술(적어도 PO related 기술)의 集積體였다.

건방진 얘기라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내 꿈을 그것이 내 idea라고해서 혼자 마음속에 담아놓고 하나씩 꺼내 보여 주면서, "놀랐지? 앞으로도 계속 놀라게 될거야" 하지는 못하는 성격이다.
98년 11월 가졌던 영업/관리부문의 can meeting 현장에서 나는 기쁨과, 그리고 고백하건대 조금은 섭섭함이 혼합된, 그러니까 조금 과장하여 무협소설식의 표현을 빌린다면, 내 모든 武功과 絶招를 물려받은 제자가 강호에 발을 내딛기 위하여 치르는 고별 武演을 바라보는 그런 심경이 되어 있었다.
" 이만하면 되었다. Supex 추구란게 참 놀라운 것이지. 이제 우리 구성원들이 우리가 꿈꾸어야할 미래를 분명히 알고, 이미 취해온 step들의 의의도 이해하게 되었으니 나는 앞으로 더 contribution할 것이 없는 건지도 몰라."
변화의 시기를 미리 예견한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그때에 이미 변화를 받아드릴 마음이 되어 있었다는 것은 분명히 말해둘 수 있다. 변화는 예상보다 다소 빠르게 왔다. 그런 법이지, 아쉬운듯 싶은 때가 가장 좋은 timing이라고들 하니까. 하기야 변화라고 하는 것도 나 개인의 일에 대한 욕심과 着에서 바라보는 視角의 바뀜일 뿐, 時空은 도연히 흐르고 있다. 내가 몸 바쳐 사랑했던 우리 회사와 그 미래를 향한 발걸음도 흐트러짐 하나 없이 거기 있다.

여러분들의 곁을 떠나지 않고 명예로운 SK Academy의 교수라는 자리에서 다시 만나서, 우리가 함께 걸어온 길을 추억 삼아, 또 교훈 삼아 다시 반추해 볼 수 있게 된 것은 참으로 더 없는축복이다.
1969년 뭔지도 모르고 박종률 , 김정석 선배들 밑에서 심부름으로 시작한 NCC Project가 알고보니 우리나라 석유화학공업의 嚆矢였었다.
뭔가 알듯 싶어진 초급 임원 시절에 밤을 새워가며, Arco Chemical과 씨름해서 만든 SKOC의 POSM 사업. 욕심스럽지만 SK가, 더 나아가서 우리나라 화학기업이, 진정한 의미의 중국 진출에 성공하는 첫 걸음이되기를 바라며 축원하여 마지 않는다..

1998.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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