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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이루어진다
 집주인  03-20 | VIEW : 666
미래의 자신


3년 전인가, 약학박사 학위를 받고 식약청에 둥지를 텄다고 내게 신고했던 내 코칭 고객 ‘윤마눌엄마연구왕여사’가 며칠 전 느닷없이 내 Facebook 홈에 글을 올렸다. 오는 4월 자신이 그처럼 가고 싶어하던 세계 최고의 신약 연구소인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에 포닥[Post Doctoral 과정]으로 가게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한시 바삐 전하기 위해서였다.

앞의 코칭 글에 등장하는 이 고객을 혹 기억하는 독자가 있는지 모르지만, 이 긴 이름의 주인공은 내가 코칭 과정 중에 ‘미래의 자신Future Self’ 투영 기법을 사용하여 큰 효과를 얻었던 나의 모범 고객 중 하나이다. 당시 윤 양은 박사 과정을 마치고 논문 심사도 끝나, 학위 수여식만을 기다리고 있는 약학도였는데, 남들 생각과는 달리, 학위 획득을 기뻐하고 미래 설계에 부풀어 있는 것이 아니라 깊은 회의에 빠져 들게 되어 내게 코칭을 받고 있었다.
학위는 곧 받게 되겠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었다. 남들 다 하는 연애도 한번 못해보고, 간난아기 안고 동창회에 나오는 친구들 부러운 것도 참고, 박사 과정에 매달렸었다. 그때는 몰랐었는데, 이제 다 끝났다 생각하니 맥이 풀린다는 것이었다. 학교에 남아 교수들, 대학원생들과 씨름하는 생활이 계속되는 것도 신물이 나고, 설사 잘 나가는 제약회사 연구실에 취직되어 신약개발에 투입된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임상은 의대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어 풋내기 약학박사는 심부름꾼에 지나지 못한다는 하소연이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은 약학박사도 신약 발명가도 아닌, 사랑 받는 아내, 사랑하는 아이들의 엄마였다는 것이었다.

코칭 과정 중 어느 날, 나는 그녀를 명상의 세계로 이끌어 함께 20년 뒤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서, ‘미래의 그녀-그녀의 Future Self’를 찾아가 보았다. 그녀에게 방금 만나고 있는 자신의 Future Self 에 이름을 붙이라고 요청하자 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마눌엄마연구왕여사’라는 긴 이름을 생각해 내었다.
“그런데 그 '마눌엄마연구왕여사'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음~ 파스퇴르 연구소요. 파리의 파스퇴르 연구소 한 연구실에서 창 밖의 정원을 내려다보고 있어요.”
이윽고 현실로 돌아온 우리는 함께 책무를 정했다. 그녀가 책무를 선택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그녀도 자신이 어떻게 파스퇴르 연구소를 생각해 내었는지 신기해 하였다. 프랑스 대사관 과학참사관을 접촉하고, 파스퇴르 연구소에 자기소개서와 학위 논문을 보내고 포스닥 과정을 신청하였다. 가슴 졸이는 몇 주의 기다림 뒤, 믿기지 않는 포닥 과정 잠정 승인을 얻었었는데… 갑자기 닥친 유럽의 금융 위기가 발목을 잡았다. 연구소의 예산 부족으로 외국인 포닥 영입은 무기한 연기할 수 밖에 없다는 통보였다.
하는 수 없이 국내에서 직장을 찾았다. 식약청은 그렇게 해서 찾은 그녀의 직장이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이제 파스퇴르 연구소 행行의 꿈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라니.
그녀가 기쁜 만큼, 나도 기뻤다.
“혹시 우리 연구왕 여사, 파란 눈의 연구원하고 결혼해서 금발에 백설 같은 피부, 꿈 꾸는 듯한 녹색 눈동자 가진 아기 낳는 것 아냐?”
내가 짓궂게 놀리자 윤 양의 얼굴이 붉어졌다.

지난 주에는 울산의 SKC 공장을 다녀왔다.
울산 SKC 공장은 늘 내게 감미로운 추억을 일깨우는 곳이다. 이 공장은 1986년부터 1990년 사이에 당시 우리 팀의 동료들과 함께 내가 무無에서 창조해낸 공장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산을 깎아 공장 부지를 만들고 거기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연산 10만 톤 규모의 대형 프로필렌 옥사이드 공장의 위용偉容을 만들어 세운 것도 그러했지만, 우리가 유치하려고 애썼던 세계 최고의 기술선이자 합작선인 미국의 아코케미칼ARCO Chemical 콧대는 또 얼마나 높았던가? 몇 번이나 삐긋거리며 와해될 뻔하던 합작 사업의 위기를 지혜와 끈기, 사명감으로 마침내 극복하였던 감회가 오늘에 새롭다.

금년 초 SKC 승진 인사를 통하여 이 공장에 새로운 공장장이 선임 되었다. 이번 SKC를 방문하는 감회가 특별하였던 것은, 내가 재임 시 인터뷰 하여 뽑아 아끼던 신입 사원 중 하나가 어느덧 성장하여, 연간 2조 원에 달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의 막중한 책임을 맡은, 공장장으로 성장하였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금년에는 회사의 경영방침을 따라 공장에서도 소통의 리더십을 뿌리내리려 한다고 그런 제목으로 강의를 부탁하기에 쾌히 승낙했다.
두 시간의 워크숍이 끝나고 참여했던 간부 사원들과 회식 장소에 가기 위해 공장장과 함께 승용차에 올랐을 때였다.
단 둘만이 되자 공장장이 작업복 주머니를 더듬더니 서류 한 장을 꺼내 건네었다.
“부사장님,”
공장장이 잠시 말을 끊었다. 이들은 아직도 나를 부사장이라는 칭호로 부른다. 이 호칭이 센티멘탈리스트인 내게는 마치 그들이 언제까지나 내가 떠나던 때를 잊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이 사명서가 오늘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나는 아무 말 않고 그의 사명서를 펼쳤다.
눈 앞이 뿌옇게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1999년 내가 그들의 부사장 자리에서 은퇴하여 SK 아카데미 교수로 부임, 봉직하고 있을 때였다. 그들에게 대한 내 마지막 봉사라는 뜻에서 공장의 젊은 간부 직원들에게 7 Habits[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를 열강熱講했던 기억이 새삼 되살아왔다. 공장장은 그때 작성한 사명서를 지켜 준행하며 이제 여기까지 이른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가 자랑스러운 만큼, 나도 자랑스러웠다.
공장장도 아마 내 눈가에 잠시 이슬이 비치는 것을 느꼈을 것이었다.
“이건 내가 보관하도록 하지.”
“네.”
우리는 어눌한 짧은 대화를 마쳤고, 나는 그의 사명서를 애써 반듯하게 접어 안주머니에 넣었다.

꼭 ‘시크렛’의 끌어당김 법칙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꿈은 이루어진다’.
‘미래의 자신’에 대한 코칭의 법칙이다.

그러고 보니, 이들의 코칭을 통해, 또한 꿈을 이루고 있는 것은 아마도 내가 아닐는지?

나 역시 최근 ‘불교와 코칭’ 연재 칼럼을 쓰며 재정비한 불자佛子 코치의 사명서를 꺼내 되 읽어보게 된다. 이런 말을 써 갖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이익을 주고 그것으로 나의 기쁨을 삼는 삶을 살겠다.’

201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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