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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야 하는 것이다?
 집주인  03-29 | VIEW : 629
이기적 기업 Selfish Enterprise

“기업은 영구히 존속, 발전하여야 하고, 기업에서 일하는 구성원은 이를 위해 일정기간 기여하다 떠나는 것이다.”
최종현 회장은 이렇게 자신의 사장학 텍스트의 제일성第一聲을 선언의 형태로 던졌다. 이것이 그의 유명한 ‘SKMS 기업관企業觀’인데, 나더러 평가하라면 기업과 그 구성원을 바라보는 기업인企業人 최종현의 가감加減없는 솔직한 진술이며, 그의 경영철학을 압축한 것이기도 하다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겠다.

“회장님의 뜻은 이해합니다만, 왜 하필 떠나야 한다는 말을 넣어 구성원들을 위축되게 해야 합니까?”
“떠나야 한다는 말이 틀린 말인가?”
“그렇지만 임직원들이 생각하기에는, Owner는 지속적으로 군림하면서, 종업원들만…”  
“이봐, You들은 구성원이 누구를 지칭한다고 생각하나?”
“… …”
“나, 회장도 구성원일 뿐이야. 그러면 됐나?”
“그래도 어쨌든 떠나야 한다는 어감이…”

기업과 그 구성원의 관계를 규정하는 이 선언에 대하여는 이러저러한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그 주요 쟁점은 왜 굳이 ‘떠나는 것이다’라는 명시적 표현을 넣어 구성원을 자극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것이어서 어찌 보면 ‘일의 도道’를 추구하기 위해 기업가의 철학이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는가를 선언하려고 의도한 최 회장의 철학적 깊이에는 많이 못 미치는, 좀 유치한 수준의 쟁점이었다고 필자는 회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은 후일 이 쟁점을 받아들여 SKMS 보급단계에서 ‘떠나는 것이다’ 라는 표현을 유보하는 것에 동의한다. 그다운 현실감각이었고 스스로 경영원칙이라고 천명한 '현실을 인식한 경영'을 실천한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런 기업관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기업을 하자.”
적어도 기업의 리더/사장이 되려는 사람은 이와 같은 ‘Burning Yes’에 동의하여야 한다는 것을 회장은 역설하곤 했었다.
“[회장을 포함하여 모든 구성원은 인간이므로 이기적 존재이지만]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은 자기발전과 함께 기업발전을 이루어야 하고, 자기만을 위한 기업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
“기업발전에 더 이상 기여할 수 없다고 생각될 때는 스스로 기업을 떠나야 하며, 이 원칙은 상위 직에 올라 갈수록 더 잘 지켜야 한다.”
“반면에 기업은 기업의 존속, 발전을 위해 온 힘을 다하여 기여한 구성원을 그 기여도에 따라 직접, 간접으로 우대하여야 하며, 기여를 마친 구성원이 스스로 떠나는 때에는 그에 대한 퇴직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나는 다분히 비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경영의 이상을 추구하는 최종현 회장의 위와 같이 딱 부러지는 분명한 태도에 매료되었던 사람들 중의 하나이다.

최근에 SK 그룹에서 사용하는 수정판 'SKMS 기업관’도 ‘기업은 영구히 존속 발전 하여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는 것까지는 같다. 그러나 더 이상 기여하지 못하게 된 구성원이 스스로 떠나야 한다는 대승적 정신, 이를 직간접으로 우대하여야 한다는 승-승의 정신 등은 다 삭제되어 없어져 버린 것이 첫 눈에 들어온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으리라 짐작 못할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최회장이 본래 의도하였던 바, 서슬이 퍼런 기업관 선언의 의의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이 대단히 애석하다.
이 글을 수고로이 쓰는 이유도 최종현 회장과 같은 기업경영의 이상理想을 가지는 경영자가 앞으로 더 배출되어, 고인의 뜻을 이어서 그의 경영법을 익혀 실천하고 완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여러분 중에는 아마도 ‘Selfish Gene’이라는 책을 읽은 분이 있을 것이다. 생물학 책인데 마치 SF소설처럼 흥미진진한 과학서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박사는 동물행동학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니코 틴버겐의 제자이며 현재 옥스포드 대학에서 활동하고 있는 생물학박사인데, 그가 쓴 서문 중 한 줄을 인용해서 이 책의 내용을 아주 조금만 엿보기로 하자.
“우리들[인간+생물]은 생존기계이다. 즉, 이 로봇 운반자運搬子들은 유전자[Gene]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기적 분자들을 보존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설계되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인류를 포함하여], 다 유전자라는 이기적 분자를 보존하기 위해 생겨난 보존체라는 것이 그의 일관된 주장이다. 유전자가 자신들이 영구히 살아 남기 위한 이기적 목적을 위해서 생물이라는 생존기계를 만들었으며, 지금도 또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최종현 회장이 자신의 사장학으로 편찬한 SKMS에서는 기업을 유전자만큼이나 이기적인 존재로 파악하고 선언했다는 뜻에서 필자가 이 책 이름을 들먹인 것이다.

‘Selfish Enterprise’
그래서 필자는 이렇게 최종현 기업관을 새로이 명명命名 해 보았다.
‘천년 가는 기업’을 만들려면, 지나간 40억년 동안 성공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보존해 온 유전자에 벤치마킹, 크게 한 수 배워야 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가 된다.

천년을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문자 그대로 영구히 존속 발전하기 위해, 기업은 누구에게 의존하여야 하는가? 기업의 생존기계로서는 ‘구성원’이라는 불특정 다수가 그 답으로 떠오르지만, 구성원 하나하나 개체는 길어야 30~40년 기여하다 떠나는 이기적이며 유한한 존재임이 또한 확연히 부각되어 떠오르지 않는가?
기업과 구성원, 이 두 이기적 존재 사이에 형성되는 이해관계의 시공간적時空間的 괴리를 어떻게 승-승의 관계로 설계하여, 천년을 존속 발전 하고자 하는 기업의 대망大望을 실현할 것인가? 창업자, 사장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 코칭을 위해 한번쯤 생각해 두어야 하는 개념들이다.

“둘 이상의 이기적 존재가 공존하는 집단에서, 이들을 감독 지휘하는 중앙집권적 권위 없이도, 과연 자발적 협동이 가능할 것인가?”
위와 같은 명제가 주어졌다면 기업 코치로서 여러분은 이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알고 보니, 실제로 이 문제는 기업과 구성원의 관계 설계뿐 아니라, 인류의 미래, 수퍼 파워 간의 상호 견제와 협동 등 광범위한 Political Science 분야의 관심사로서 오랜 동안 연구되어 온 명제였다. 나는 SK 아카데미 교수 시절, 최종현 사장학인 SKMS에 이론적 배경을 보강하여 넣어주려는 목적으로 이 명제에 관심을 가졌는데, 학술원 회원인 원로 경제학자와 소주 마시며 한담閑談하는 자리에서 좋은 책을 소개 받게 되었다.

미시간 대학 교수Robert Axelrod 박사[사진]가 1984년 펴낸 ‘협동의 진화Evolution of Cooperation’ 라는 책이 그것인데, 이 연구에서 저자는 ‘협동’이라는 일견 인문학적 과제처럼 보이는 명제를 ‘죄수의 딜레마 Prisoner’s Dilemma’ 라는 컴퓨터 토너먼트 게임 방식을 동원하여 ‘수학적’으로 구명究明 하였다.
일반 독자에게는 골치 아픈, 수학을 활용한 논문이지만, 결과만을 요약한다면, 아래와 같은 전제 조건이 충족되면 될수록, 이기적 존재 간에 쉽게 자발적 협동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 이 논문에 의해 ‘수학적’으로 증명되었다. 의미의 분명한 전달을 위해 원문 표기를 함께 인용하여 아래에 적는다.

    자발적 협동을 증진시키는 방법 [How to Promote Cooperation]
1.    미래의 그늘을 확장하라 [Enlarge the shadow of the future]
2.    보상의 규모를 바꾸라 [Change the payoffs]
3.    구성원이 서로 배려하도록 훈련하라 [Teach people to care about each other]
4.    호혜의 원칙을 가르치라 [Teach reciprocity]
5.    상호 식별 능력을 향상시키라 [Improve recognition abilities]

보라. ‘천년 가는 기업’을 만들고자 기업과 구성원의 관계를 정립하려 한 것인데, 이 이론의 첫 번째 항목을 살피면, 거꾸로 ‘천년 가는 기업’을 목표하면 이것이 미래의 그늘을 확장하게 되므로 이기적 존재인 기업과 구성원, 또 구성원 개개인 간의 자발적 협동이 확보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과거 무슨 비리엔가 연루되어 검찰 조사를 받던 정모 회장인가 하는 사람이 자신의 부하들을 머슴이라고 비하한 '머슴론論'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같은 시기 최종현 회장은 그룹의 임원을 가리켜 '사업동지'라고 부른 것이 신문 보도로 알려져 '과연, 최종현 답다' 라는 감동을 일으키는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그의 한솥밥 식구론論이 그냥 주먹구구식 이론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로써 ‘수학적’으로 입증하게 되어서 나도 즐거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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