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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할 때는 제발 몸만 오지 말고 머리를...
 집주인  04-03 | VIEW : 601
두뇌 활용과 창의력  

SK의 주력기업 중 하나인 SK텔레콤의 CEO를 여러 임기 맡았던 필자의 친구가 하나 있다.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에는 유공의 입사동기로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그 친구는 엔지니어링부문, 나는 석유화학사업부문에서 제법 잘 나가는 유망주라고 남들이 평가하는 말을 들었었다.

그렇던 그는, 내가 SK 그룹의 경영직에서 32년의 근속을 마치고 은퇴한 뒤에도 10년이나 더 근무하여, 무려 40년 이상을 기업에 기여하다 떠남으로써 성공한 전문경영인의 심볼이 되었다. 본인은 별로 달갑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았지만, 매스컴의 조명을 받아 신문에 인터뷰 기사가 대서특필로 실리기도 하고 또 성공한 기업인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라는 요청을 받아 강연도 했던 기록이 있다. 그 인터뷰 내지 강연의 요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재미 있는 내용들이 들어있다.

‘부하에게 절대로 답을 주지 말라’는 자신의 일에 대한 철학을 지킨 것이 그 첫째 비결이었다는 것이다.  
자신은 학교 다닐 적에 공부는 좀 하는 편이었지만 몸이 약하고 병치레를 자주했는데, 그런데도 또 놀기는 좋아해서 짧은 시간에 공부를 마치는 요령을 여러 가지로 개발했었다고 한다. 그 버릇을 직장에까지 끌고 왔었다는 것인데, 성향이 그러한지라 직장에서 만나는 친구들도 모두 끼리끼리 놀기 좋아하는 부류와 어울리게 되었다.

회사 일은 제대로 해야 하겠고, 놀기 위한 시간은 절대로 빼앗기기 싫고, 그래서 고안해낸 것이 결국 부하 활용법인데, 바로 ‘절대로 사전事前에 답을 주지 않는’ 업무 지시 방식이 되었다.

즉 부하들에게 일을 맡길 때는 성취하여야 하는 목표만을 제시하고 그 달성 방법은 일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부하가 궁리 끝에 제 나름대로 방법을 고안하여 가지고 와서 '어찌 하오리까'를 묻는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그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절대로 잘난 체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 뻔히 실패할 것이 보이는 방법을 해답이라고 가져오면 그 실패 가능성을 지적하고 다른 방법은 없겠는가 묻는다. 이렇게 한두어번 정답을 가르쳐 주고 싶어 입이 달싹거리는 것을 눌러두고 참으면, 80% 정도는 정답에 가까운 방법을 찾아오게 되는데, 그때 '그럼 자네 방법대로 해보게' 하고 일을 통째로 맡겨준다는 것이다. 시간을 두고 이 방법을 사용해 보았더니, 자신을 위하여는 잡다한 업무에 빼앗기는 시간을 덜어주어 놀 시간을 확보해 주는 효과를 얻게 되고, 부하에게는 자기 책임 하에 스스로의 능력을 발휘하는 기회를 허용하게 되어, 80% 방법으로 목표 120%를 달성해 오는 것 뿐 아니라, 자기자신의 능력을 신장시키고 성공체험을 하도록 도와주는 결과가 되므로, 일거양득을 넘어 삼사득이 되었다는 것이다.

필자가 코칭 관련 서적을 한 권 건네주며 그 방법이 바로 이 책에 적힌 코칭적 업무 리더십이라고 일러주자, ‘그러면 그렇지, 틀림 없이 그런 방법을 누군가 이론적 뒷받침을 가지고 개발했을 것’이라고 하면서, 어쨌든 자신은 게으른 자신, 놀기 좋아하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 방법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써왔다고 주장하여 함께 파안 대소하였다.

또 부하들에게 자주 하는 말로, ‘회사 출근할 때 몸만 오지 말고, 머리까지 좀 가지고 오라’고 우스개 섞어 지적하곤 했다는데, 이 말은 최종현 회장의 두뇌활용[Brain Engagement] 지론持論을 표현만 유머러스하게 바꾼 것이었으니, SKMS 본연의 일에 대한 철학을 십분 공명하고 있었던 결과였다.

두뇌활용의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 창의력인데, 기업과 구성원이 창의력을 공동추구 가치로 파악할 때 얻어지는 승-승을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최근 TV 프로 중에 발명 아이디어 옥션을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전국의 발명광(?)들이 자신들의 아이디어, 특허 등을 경매장에 들고 나와 프리젠테이션 하도록 장場을 열어 주고, 사업 아이디어를 찾는 기업, 또는 투자자[Angel] 컨소시엄 등이 이를 평가하여 현장 경매 방식에 의한 경쟁 입찰로 발명가와 사업자, 양자를 맺어주는 재미 있으면서 유익한 프로였다.
프로를 보면서 느꼈던 바지만, 아마추어 발명가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시기적으로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거나, 국내 시장여건이 불투명하여 안타깝게도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는데, 만약 이들이 충분한 자금력, 국내시장뿐 아니라 세계 여러 시장에 영향력을 가진 대기업 구성원들이 창안 발굴한 기업 내 사업 아이디어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많은 경우,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금력과 네트워크, 시장에 대한 영향력, 사업화 시기를 조정할 수 있는 시간적 융통성 등 자원이 뒤바침 되어, 투자와 상업화 시기를 잘 조정함으로써 성공하는 상품/사업으로 개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와 같이 기업은 구성원이 발휘한 창의력을 다음 단계까지 더 추구하여 이를 상품화[commercialization] 함으로써, 그 본연의 이윤극대화 목표, 영구히 존속 발전하려는 Selfish Enterprise 목표를 추구하게 된다. 한편 구성원들은 두뇌활용을 통하여 얻어지는 창의력을 자신이 속한 기업에 제공하여, 그 창의력이 한낱 아이디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 가치를 발현하는 상품으로 실현되는 성공체험을 얻음으로써, 자신의 성취동기를 만족시키고 스스로의 역량 역시 다음 단계 수준으로 점프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기업과 동료, 상하 구성원들로부터 적정한 보상과 인정을 확보 하게 됨은 물론이다.

이것이, 나누어 줄지 않는 동일한 가치를 추구하는 한 방향 정렬에 의하여, 기업과 구성원 간에 구성되는 승-승 시나리오이다.

SKMS에서 추구하는 창의력 중 첫 번째는 개인 창의력인데, 이는 구성원 개개인이 업무를 ‘이익 단위인 일 덩어리’로 파악하고 이에 두뇌활용을 통하여 창의적으로 접근하여 이윤극대화를 달성하는 능력이다.

"공장장님 빨리 나와 보세요. 보일러 스팀 출구 파이프에 Hair Crack[아주 미세한 균열]이 생겼습니다."
SKC의 박 공장장은 전화를 받고 황급히 보일러 현장에 나가 보았다. 과연 운전원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파이프를 싼 보온재에서 아지랑이 같은 스팀 연기가 피어 오르는 것이 보였다.
"할 수 없군. Feed[원료 투입] 낮추고, 전 공장 비상 조업정지 준비."
높은 압력의 수증기를 운송하는 파이프의 균열은 이내 더 벌어질 것이고, 보일러 뿐 아니라 고압증기를 주요 동력으로 삼는 전 공장의 비상 조업 정지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러면 적어도 3일 간은 죽어야 하는데, 아뿔싸, 이번 달은 뱀 잡았구나!"
박공장장의 뇌리에는 엊그제 수펙스Supex 회의에서 하루 조업정지 하면 3억원이라는 이익이 날라가고 만다는 사실을 운전원들에게까지 주지시켰던 것이 스쳐갔다.
"공장장님, 잠깐 기다려 주세요. 아이디어 한 가지만 시도해보면 안될까요?"
교대 반장이 공장장을 제지하면서 나섰다.
"Shutdown 하면 10억원이 날라가잖아요."
"..."
"우리가 진흙으로 한번 막아볼게요."
의아해 하는 공장장을 설득하는 한편, 교대 반장은 두명의 운전원과 함께 어느새 가져 왔는지, 우주복처럼 생긴 방열복을 입고 있었다.
사상 최초로 시도하는 진흙으로 Hair Crack 막기. 구성원들이 증기가 새는 부위의 insulation[보온재]을 제거한 뒤, 진흙을 crack 부위에 바르고 이를 마포麻布로 싸발라 스팀 누출을 차단하자, 대기하고 있던 공무부의 용접원들이 달려 들어 준비해온 대구경大口徑 파이프 원주를 반으로 갈라 마포 위를 덮어씌우고 hot tapping 용접작업에 들어갔다.
결론은 해피 엔딩, 비상 조업 중단을 피할 수 있었으며, 균열이 간 보일러 파이프는 정기보수 기간을 기다려 수리를 마쳤으므로 회사는 10억원의 손실을 방지하게 되었다.

자발적, 의욕적으로 두뇌활용을 일으켜  이 작업을 완수한 용기 있는 작업자들에게는 응분의 포상이 주어졌음은 물론이고, 이 사례는 성공적 수펙스 추구 사례로 기록에 올려져 칭찬 받고 그룹 내에 회자되었다. 주목하여야 할 점은 이 창의적 작업에 참여하였던 아무도 10억원 손실을 방지하였으니, 회사가 적어도 10%는 포상하여야 하지 않느냐는 둥 금전적 보상을 주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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