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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성-킬킬대는 불건강한 웃음 소리
 집주인  02-23 | VIEW : 550
벌금형으로 유죄 선고를 받고 곽노현 교육감이 구속에서 풀려나자 물의가 일고 있다. 물의라고 보는 관점이 이른 바 보수만의 시각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1월 26일자 조선일보 사설을 인용하면 <우파 교육감이 150만원 벌금형을 받았을 때는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인간은 당장 물러나라”고 삿대질을 했던 이들이 자기네 같은 편 교육감이 3000만원 벌금형을 받고 업무에 복귀하자 민주투사가 돌아온 양 환영의 함성을 지르는 것을 보고 이들의 이중성에 또 한번 놀랐다>는 것이다. 물의는 이것뿐이 아닌 것이, 같은 날 같은 신문의 김대중 칼럼에는 <돈 준 사람은 풀려나고 돈 받은 사람은 징역 사는 ‘법기술자들’의 이상한 게임’, ‘짜고 치는 고스톱이 되어버린 법치法治’를 한탄하며 ‘부러진 화살’이라는 영화에 몰리는 관객의 관심이 사법부의 이중성에 대한 경고>라는 글이 실렸다.

이중성을 탓하지만, 실은 단순한 이중성의 이슈가 아닌 것이 더 큰 문제로 보인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란 어차피 다중성多重性의 소용돌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잣대가 제 각각이니만큼, 예부터 제 눈이 안경이라는 속담도 있어왔다. 어느 고교동창 모임 자리에서 어쩌다 내가 불법佛法 이야기를 꺼냈더니, 일찍이 부장판사 역임하고 퇴임하여 변호사 하는 친구가 농담을 던진다. “법조계 법에는 판사법과 변호사법이 따로 있는데 불법은 어때? 부처법과 신도법이 따로 있지는 않나?” 나도 웃으며 말을 받았다. “글쎄 말이야, 부처법은 8만4천 법이 있지만 결국 하나던데, 신도 법은 신도 수만큼 각각이더구만…”

이 이중성, 다중성이 사안이나 구성개체가 서로 다름에서 유래한다면, 이는 비난할 일이 아니라 어쩌면 축하해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사회가 그만큼 다양한 리소스와 에너지를 내포한 사회라는 말도 되며, 언젠가 무슨 계기로든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서 지금의 갈등이 한 차원 높은 다른 차원에서 융합하여 시너지로 승화하는 기적의 승-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말도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중성의 플레이 그 뒤에서 어김없이 킬킬대는 웃음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이번 일뿐 아니라, ‘가카의 빅엿’을 운위한 근간의 어느 법관 실루엣 뒤에서도, 훨씬 지난 일이지만 한명숙 전총리의 태극기 밟기를 연출한 노무현의 추도 무대 뒤에서도, 언제부턴가 일기 시작된 이 불건강한 웃음 소리는 수그러들 줄 모르고 번져나가 냉소와 조롱이 편만하는 사회 만들기를 획책하고 있음이 읽혀진다.

“인간이 3류인데, 연기가 2류이면 뭐하냐?”

4년 전 폐암으로 마흔여섯 살 나이에 타계한 쌈마이 박광정, 그를 기억하는 연극 ‘서울 노트’가 재공연 된다고 한다. 실생활이 3류면서 무대에서만 1류, 2류 흉내를 내는 것은 위선이라고 외쳤던 사나이로, 연극인들의 가슴 속에 오래오래 남아 있는 배우라고 한다.

“김 시인, 요즘은 다시 시를 쓰고 싶어졌어. 시를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지?” 소주 몇 잔 마시고 술기운을 빌어 가까운 친구 시인에게 응석 부리듯이 물었던 기억이 새롭다. 사람 좋은 웃음을 웃기는 웃었지만 그의 대답은 준열했다. “먼저 시 되는 삶을 살아야지.”

저들이 ‘만들려고 획책하는 냉소와 조롱의 사회'를 거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부친다.

201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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